[리뷰] MBC PD수첩 '5천억 마약 밀반입, 놓쳤거나 놔줬거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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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0일 영등포경찰서에서는 마약 사건에 대한 수사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당시 백해룡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이 제조하여 국내로 밀반입한 필로폰이 74kg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천 억원대의 마약으로 역대 두 번째 큰 규모였습니다.
4일 <PD수첩>은 당시 사건을 다룬 '5천억 마약 밀반입, 놓쳤거나 놔줬거나' 편에서 당시 사건을 다뤘습니다. 이날 방송에선 당시 형사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의 첫 단독 인터뷰가 나왔고, 마약 밀반입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약 단속이 아니라 밀반입을 도운 세관 직원?
범죄 조직이 국내에 마약을 들어온 경로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주방용 도마로 위장된 마약을 화물로 받는 방식이었고, 또 하나는 몸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입니다.
인천공항에는 불법적인 물품의 밀반입을 감시하거나 적발하는 세관 직원들이 상주합니다.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세관 시스템에서는 마약이 적발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마약을 단속해야 할 세관 직원이 오히려 밀반입을 도왔다는 충격적인 진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마약을 단속해야 할 세관 직원이 오히려 밀반입을 도왔다는 충격적인 진술이 나왔습니다.백해룡 경정과 당시 영등포경찰서 수사 전담 팀원의 증언에 따르면, 검거된 피의자들은 말레이시아에서 마약을 몸에 숨겨 출발할 때 얼굴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다고 했습니다. 세관 직원들이 마약을 소지한 이들의 얼굴을 기억해 밀반입을 돕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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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과 11월에 걸쳐 다섯차례 진행된 검찰의 인천공항 현장 검증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반입 조직원은 "그 사람(세관 직원)이 저를 보고 알아차렸는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면서 세관들이 앞장서 일행들을 안내해 1층으로 갔고, 검사 없이 통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세관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당당하게 마약 밀반입에 가담한 게 됩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여행객이 세관의 최종 검사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세관 직원이라도 임의로 해지할 수 없어 검사 회피는 사실상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관세청은 왜 수사 브리핑 앞둔 경찰서에 찾아갔을까
수사 결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과 김해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한 것은 12회 34건으로 총 111kg이었습니다. 시가로 따지면 약 3300억 원이었습니다.
세관 직원이 마약 밀반입을 도왔다는 진술이 나왔으니 그들을 수사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세관 직원 중 업무용 PC와 사건 당일 CCTV, 피의자 계좌 내역 등을 경찰에 제출하거나 압수수색을 당한 직원은 없었습니다.
마약밀반입 조직원이 지목했던 세관 직원은 경찰에 휴대폰을 제출할 때 포맷(초기화)을 하고 줬습니다. 그는 휴대폰 유심칩도 2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2024년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이유를 묻자 "가족들 정보와 아기 사진 백업용"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관세청은 수사에 협조하기보단 오히려 사건 수사 브리핑을 앞둔 영등포경찰서를 찾아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를 신중히 해달라"며 우회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 측은 2024년 8월 국회에 '브리핑이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기 위해 갔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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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심쩍은 부분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브리핑을 전날인 2023년 10월 9일 오후 9시, 백해룡 경정은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김찬수 당시 서장은 국회에 나와 '용산에서 언질받은 게 없다'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백해룡 경정은 브리핑을 앞두고 '준비한 보도자료에서 세관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라'는 지시가 연이어 내려왔고, 결국 보도자료는 수정됐다고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브리핑을 앞둔 같은 해 10월 5일 백해룡 경정은 조병노 경무관에게도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조 경무관이 '경찰도 국가기관이고 관세청도 국가기관이다.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국가기관끼리 서로 싸우는 걸로 비칠 수 있지 않느냐.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 야당을 도와줄 일이 있느냐'라고 했다고 방송에서 증언했습니다.
조병노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을 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했던 경찰 간부이기도 합니다.
마약 유입됐는데, 적발 여부는 '깜깜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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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 의혹이 있은 뒤 마약 사건은 서울경찰청으로 이관됐고, 이후 수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관련 조직과 마약을 적발했다는 소식은 더는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마약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백 경정에게 외압 전화를 했던 조병노 경무관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김봉식 서울청수사부장은 서울청장으로, 조기호 서울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승진됐습니다.
반면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와해됐고 백해룡 경정은 강력계가 아닌 지구대로 이른바 좌천됐습니다. 강력계 형사가 파출소로 쫓겨나는 장면이 영화 속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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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1일 제77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주변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는 마약 범죄 역시 마약 사범이 연소화되고, 초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유관기관은 물론이거니와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당부한다"면서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영등포경찰서 강력계가 수사를 시작했던 마약조직이 국내에 밀반입한 마약은 경찰 추산 163kg, 시가 약 4890억원으로 약 535만 명이 1회 투입할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세관도 검찰도 아닌 일선 경찰서 강력계가 적발할 수 없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강력계 형사들은 집요한 수사를 통해 그 실체에 거의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수사를 하지도, 관련 범죄자를 모두 체포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PD수첩>은 관세청·검찰·경찰 수뇌부·대통령실로부터 이어진 외압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래서 방송 제목도 '5천 억 마약 밀반입, 놓쳤거나 놔줬거나'입니다.
백해룡 경정은 방송에서 묻습니다.
마약이 유입돼서 엄청난 피해를 준 이 사안이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그러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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