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열혈사제2 청문회에 나온 명대사... "대한민국은 지금 진실, 정의, 역사가 학살당하고 있다"
27일 종영된 SBS 드라마 <열혈사제 2>의 청문회 장면이 명대사와 함께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청문회의 명칭은 '마약 조직 결탁 및 고위층 자녀 마약 투여 축소 조사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로 마약 조직과 검찰, 정치인, 고위층 자녀가 연루된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입니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현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드라마 속 악당인 부산남부지검 부장검사 남두헌(서현우 분)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익숙한 장면입니다.
남두헌은 "안타깝지만 나는 선서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나는 선서나 맹세 등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면 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실신하게 되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실신하고 나서 깨어나면 2~3일 정도는 공황 상태가 와서 증언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뻔뻔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천주교 신부이자 전직 국정원 요원인 김해일 (김남일 분)은 "거짓말하지 마라. 세상에 그런 증상이 어디 있냐"라고 소리치면서 "네가 생각해도 식상하지 않냐. 이런 데 올 때 꼭 휠체어 아니면 진단서가 동반돼야 하는 게 식상하지 않냐"라고 분노합니다.
"진짜 안전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 줄 알아요?
청문회에 출석한 국회의원이 "새 시대 대한민국의 정의와 양심 이거 우리의 이 올바른 정치가 다 이루어낸 거"라고 자화자찬을 합니다.
김해일은 "이런 국가가 없죠. 당신 같은 인간들이 진실을 깔아뭉개는 이런 나라가"라고 하자 의원이 "신부님, 여기는 성당만큼이나 신성한 국회입니다. 그 말 좀 가려 하세요"라며 주의를 줍니다.
신성한 국회요. 신성한 국회 카페에 노트북 안 훔쳐가고 복도에 택배 안 훔쳐간다고 그렇게 안전한 나라라고 진짜 안전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아요. 진실을 보장해 주는 나라가 진짜 안전한 나라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학살이 아니에요. 대한민국은 지금 진실, 정의, 역사가 학살당하고 있는 중이라고요. 그 대가를 아무 잘못도 없는 국민들이 치르고 있고요. 아시겠어요?
김해일은 카페에 노트북을 놔두고 가도 도둑맞지 않는 나라가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진짜 안전한 나라는 진실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정치인과 검찰, 권력자들이 진실과 정의, 역사를 감추고 왜곡해 국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고 외칩니다.
<열혈사제 2>의 청문회에 나온 김해일의 대사를 보면서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실을 파헤치지 못했고, 피해자인 국민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세상 걱정하면 정치색이 짙은 겁니까?"
청문회 도중 김해일 신부가 계속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자 국회의원이 "신부님, 내가 어제부터 가만히 보니까 상당히 저의가 의심스럽네. 응 이 정치색이 짙은 거 같은데 혹시 배후에 누가?"라며 배후 세력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러자 김해일은 "이거 보세요 김 대표님, 내가 사는 세상 걱정하면 정치색이 짙은 겁니까? 그럼 세상 걱정하는 온 국민들 배후엔 누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얘기해 보세요. 그런 뜻입니까?"라고 반박합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선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외치거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낙인을 찍어 논점 자체를 흐리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들의 수법은 청문회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공격 수단이자 저급한 정치 문화로 정치를 외면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이 정당 대표이자 부패 검사와 결탁해 마약 사건을 일으킨 아들을 보석으로 풀려나게 한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국회 행안위에서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에 대한 질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이 관세청과 경찰 수뇌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건이라 그런지 <열혈사제 2>와 자꾸 오버랩됐습니다.
아쉬움 남은 시즌2, 그래도 시즌3가 나오길 기대
<열혈사제 2>는 시즌1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개그적인 요소가 너무 강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나마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고 마지막회가 너무 좋았길래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B급 망작이 될 뻔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혈사제2>는 볼만한 드라마에 속합니다. 현실에선 풀리지 않는 범죄 조직과 정치인, 부패 검찰의 결탁을 드라마에선 벨라또 김해일이 통쾌하게 부숴버리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벨라또'는 가톨릭 국가인 바티킨의 비밀요원으로 교황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아 정의를 구현하는 사제를 말하고 '꼬메스'는 벨라또를 돕는 조력자를 뜻하는 극 중 설정입니다.
일부 개그적인 요소가 과하게 들어가 보기 민망한 장면도 있었지만, 27일 마지막 회에 나온 청문회 장면만큼은 <열혈사제 2>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드라마를 왜 보는지 알려줍니다.
"진실만이 최고의 안전이고 최후의 보루"라는 대사가 드라마를 보고 난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돕니다. 시즌3를 기대하는 이유일 겁니다.
출처 : 아이엠피터뉴스(www.impete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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