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를 적발하고 수사의뢰와 행정처분 권고를 결정했지만,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 시스템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인권침해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한 환자가 무려 1,534시간(약 64일)이라는 장기간 격리된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중 1,494시간은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월 29일 정신의료기관 입원자에 대한 불법 격리 및 강박 등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피조사병원은 정신건강복지법과 격리·강박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입원환자에 대한 성폭행 및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상임대표 신석철)는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닌 정신보건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정연은 성명서를 통해 "인권위는 그동안 정신병원을 조사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온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직"이라며 "이번 피조사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이 개별 정신병원의 부주의나 일탈이 아닌 정신보건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심각하고 고질적이며 체계적인 인권침해임을 알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1,534시간(약 64일)이라는 장기 격리 사례는 충격을 주고 있다. 한정연은 "과연 약 64일 동안 1.3평(4.3m²)이라는 매우 좁은 곳에 격리하는 것이 치료적 조치였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이한결 전략기획본부장은 "여전히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부당한 격리 및 강박을 겪는 당사자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고, 정신병원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병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정책을 사람중심으로 과감하게 개혁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국제사회가 이미 한국의 정신보건 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정신건강복지법이 '장애'에 근거한 자유 박탈이므로 명백한 협약 위반임을 지적하고 법령 개정을 권고해왔다. 또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도 정신병원 내 강제 격리와 강박이 고문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정연은 "국제사회는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체계를 개혁해나가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체계를 유지하고 견고히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정연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9월 정신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폐쇄병동 병상 수가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2025년 4월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서도 폐쇄병동 병상 수가와 격리료 등을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한정연은 정신병원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복지정책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개정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예산확대 및 배분방식 개선 ▶정신병원 피해자 지원 및 가해자 처벌과 정신병원 폐쇄 ▶정신병원 외부의 독립적인 감시 시스템 도입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실질적 이행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정연은 "사람을 가두고 묶는 형태의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은 이제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복지정책은 정신병원에 장기간 그리고 반복적으로 수용하며 권리를 제한할 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최우선적으로 권리를 존중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회복을 지향하도록 서비스와 재원을 할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신건강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개인의 선호와 의지를 반영하여 진단 및 치료보다 지역사회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동료지원을 확장하며 당사자가 정책 및 서비스의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한정연은 "정신병원에서 억압된 사람들의 외침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하 한정연 전문
심각한 인권침해 정신병원 폐쇄할 것을 권고하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사의뢰 및 권고를 환영한다.
◦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입원자에 대한 불법 격리 및 강박 등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피조사병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및 ⌜격리·강박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의료법⌟ 위반 소지와 입원환자에 대한 성폭행 및 폭행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점 등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이에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피조사병원의 장을 고발 ▶보건소장에게 관련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 권고 ▶피조사병원의 장에게 ⌜격리·강박 지침⌟ 준수 및 각종 교육실시 등을 권고하였다.
◦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인권위가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내린 결정을 환영하며, 동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인권위는 그동안 정신병원을 조사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온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이번 피조사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이 개별 정신병원의 부주의나 일탈이 아닌 정신보건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심각하고 고질적이며 체계적인 인권침해임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인권위는 개별 정신병원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정신병원 폐쇄를 포함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한 권고를 내렸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병원 안에서의 인권침해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심히 우려된다.
◦ 국내 정신병원에서의 비인간적 방식은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규탄 받아왔다. 정신적 상태 및 독특한 현실 세계를 경험한다는 이유로 신체 자유를 박탈하고 비인도적이고 굴욕적 처우와 고문 등에 해당하는 행위에 비자발적으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해당 조치가 ‘장애’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백한 협약 위반임을 지적하고 법령을 개정할 것을 2014년부터 최근까지 권고하고 있다. 또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도 해당 행위가 고문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그러한 행위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이야기하였다. 그 외에도 한국 사회의 격리 및 강박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모든 국제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매우 높다.
◦ 이러한 격리 및 강박이 치료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입원 경험이 있는 당사자의 증언에 따르면 격리 및 강박은 치료적 목적보다는 통제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총격리 시간은 `1,534시간`이었으며 그 중 `1,494시간`이 위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약 64일 동안 `1.3평(4.3m2)`이라는 매우 좁은 곳에 격리하는 것이 치료적 조치였는지 묻고 싶다.
◦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연대단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시대를 끝낼 것을 지난 30년간 외쳐왔다. 하지만 정부는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시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만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정신병원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정신건강 관련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줄어들지 않는 재원일수, 퇴원 후 재입원율, 비자발적인 입원율, 회복지향적 서비스의 부족, 퇴원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 낮은 고용률 등 모든 지표가 개선되기능커녕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당사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야만적인 정신보건 시대를 옹호하는 정부는 2023년 9월 정신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폐쇄병동 병상 수가에 집중투자하기로 의결하였고 2025년 4월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에서도 동일하게 폐쇄병동 병상 수가와 격리료 등을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였다. 국제사회는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체계를 개혁해나가고 있는 과정임에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체계를 유지하고 견고히 하는 노력을 하는 셈이다.
◦ 사람을 가두고 묶는 형태의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은 이제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시스템을 버리고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 복지정책으로 개혁하여야 한다.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복지정책은 정신병원에 장기간 그리고 반복적으로 수용하며 권리를 제한할 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최우선적으로 권리를 존중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회복(Recovery)을 지향하도록 서비스와 재원을 할당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사람중심 권리기반 지역사회 서비스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개인의 선호 및 의지를 반영하여 진단 및 치료보다 지역사회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동료지원을 과감히 확장하며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정책 및 서비스의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며 증상이 있더라도 회복을 경험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 결과 이와 같은 접근방식을 채택한 지역사회에서는 정신건강 지표의 개선을 보이고 있다.
사람중심 권리기반 의료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신적 상태를 경험한다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동의하지 않는 약물 투여, 장기간 입원 등을 지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질을 높이고 단계적 약물 감소전략을 포함해 사람중심 권리기반 의료 서비스에 수가와 인력이 할당되어야 한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보건복지부가 2024년 격리·강박 실태조사를 했지만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았다. 그러므로 의료와 지역사회를 동시에 개혁해야만 한다.
◦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은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복지정책 개혁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복지정책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개정 ▶사람중심 권리기반 정신건강 예산확대 및 배분방식 개선 ▶정신병원 피해자 지원 및 가해자 처벌과 정신병원 폐쇄 ▶정신병원 외부의 독립적인 감시 시스템 도입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실질적 이행방안 마련 등을 요구한다.
우리는 낡고 야만적인 정신보건 시스템에서는 인권침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재차 강조한다. 정신병원에서 억압된 사람들의 외침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2025년 5월 29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대표발의)
경기우리도, 경기동료지원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기동료지원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대문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관악동료지원쉼터, 부산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동료지원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송파동료지원쉼터, 청주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평택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근영 기자
출처 : http://www.mindpost.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8916
"격리 1,534시간, 인권위 조사로 드러난 정신병원의 충격적 현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에서 한 환자가 64일(1,534시간)간 격리되고 성폭행·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확인해 수사의뢰와 행정처분을 권고했지만, 한국정신장애인연합
www.mindpost.or.kr
'기타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엠피터뉴스] 이수정, "이재명 아들 군대 면제" 가짜뉴스 게시했다가 삭제 (1) | 2025.05.29 |
---|---|
[마인드포스트] 미국 동료지원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현장 보고 "우리는 정신건강 앱의 보조 인력이 아닌 설계자입니다" (0) | 2025.05.29 |
[아이엠피터뉴스] 노동운동이 공산주의? 김문수 후보의 이상하고 위험한 논리 (1) | 2025.05.29 |
[아이엠피터뉴스] "동탄 국회의원이라는 게 참 부끄럽다"... 이준석 발언 파장 (2) | 2025.05.28 |
[마인드포스트] "우리도 시민입니다" 정신장애인 3천여 명, 이재명 후보에 인권 중심 정신건강정책 요구 (1) | 2025.05.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