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불명확·기술 장벽·의견 무시... 우리도 단순 보조 아닌 파트너로 인정받아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프로젝트 'Help@Hand'에 참여한 동료지원가들이 '역할 불명확', '채용 어려움', '의견 무시', '디지털 문해력 부족', '재정 불안' 등 다양한 현장 문제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서도 동료지원가를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서비스 설계와 실행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대규모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프로젝트 'Help@Hand'의 경험이 최근 국제 학술지에 소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는 동료지원가들이 디지털 정신건강 개입에 직접 참여해 서비스 기획과 실행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인드포스트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논의가 활발한 '동료지원가'의 디지털 전환 및 현장 적용의 현실적 과제와 시사점을 살펴봤다.
Help@Hand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주 전역 11개 지역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됐다. 동료지원가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앱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보급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연구진은 "동료지원가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의 설계와 실행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서비스의 효과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도전과제가 드러났다. 한 동료지원가는 "내가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누가 책임자인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64%의 지역에서 동료지원가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보고됐다. 또 다른 지원가는 "Help@Hand는 내 여러 일 중 하나일 뿐이고, 다른 일도 해야 한다"고 밝혀, 동료지원가들이 여러 업무를 병행하면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동료지원가 채용 자체도 큰 과제였다. 한 기술담당자는 "우리가 필요한 인재는 체계적이고, 대중 앞에서 말하는 데 편안하며,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고, 디지털 건강과 기술에 대한 코칭이 가능한 사람"이라며 "급여 수준과 주당 18시간만 근무하는 조건도 큰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91%의 지역이 적합한 동료지원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동료지원가의 의견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지원가는 "동료들은 프로젝트의 모든 일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지만, 때로는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해서 동료들의 피드백 없이 마케팅 정보가 배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동료지원가의 소속감과 동기 부여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술 접근성과 디지털 문해력도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했다. 한 동료지원가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장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원가는 "기술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간과됐다"며 "모두가 인터넷에 접속할 줄 안다고 가정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1%의 지역에서 기술 접근성과 디지털 문해력 부족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 지원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원래 대면으로 진행하려던 교육과 활동이 코로나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고 회상했다.
프로젝트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도 컸다. 한 동료지원가는 "프로젝트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동료들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며 "처음부터 한시적 프로젝트라는 점을 명확히 했음에도, 이미 일부 동료들에게서 Help@Hand 이후의 고용 불안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Help@Hand는 동료지원가 중심의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가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역할 불명확', '채용과 조직 내 정착의 어려움', '기술·언어 장벽', '재정 불안',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 복합적인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연구진은 "동료지원가가 성공적으로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명확한 역할 정의, 체계적인 채용 및 교육, 충분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지역사회 특성에 맞춘 언어·기술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동료지원가의 채용과 실제 현장 적용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Help@Hand의 경험은 "동료지원가를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닌, 서비스 설계와 실행의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하고, 그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동료지원가는 "동료지원가의 역할이 명확해질 때, 그들은 정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항상 '모호함, 명확성, 모호함'의 순환 고리를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순환 고리 속 어느 지점에 있느냐가 동료지원가의 효과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동료지원가가 직접 체감한 현실적 어려움과 현장 목소리를 통해, 한국 정신건강 정책이 '당사자 채용'과 '동료지원가의 전문성 강화'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동료지원가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 구축"이 정신장애인의 권익과 서비스 질 향상에 핵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김근영 기자
출처 : http://www.mindpost.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8912
미국 동료지원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현장 보고 "우리는 정신건강 앱의 보조 인력이 아닌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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