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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 정신질환은 유전이 아니다? "유전성 80%는 오해일 뿐"

마릉손빈 2025. 5. 26. 20:33

"조현병 유전성 80%", "ADHD는 유전적 질환"... 우리는 정신질환에 관한 이런 설명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과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할까?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의 슈타판 슐라임 교수는 최근 '매드 인 아메리카' 기고를 통해 정신질환의 유전적 요인이 심각하게 과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유전성 추정치는 생물학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있다"며 "유전, 환경, 심리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뇌질환 패러다임의 세 기둥
정신질환은 뇌 질환이라는 '생물학적 정신의학' 패러다임은 세 가지 가정에 기대고 있다. 첫째, 뇌는 마음의 기관이다. 둘째, 신경계에 약물이나 전기 자극을 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셋째, 부모가 유전적으로 정신질환 소인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 가정인 '유전성'은 현대 정신의학의 핵심 주장이 되었다. 하지만 슐라임 교수는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신뢰할 만한 생물학적 검사나 바이오마커는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약물이 우리의 기분, 생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 알코올, 담배만으로도 경험합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뇌 스캐너로 찾아낼 수 있거나, 세균 감염에 항생제를 쓰듯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체가 아닙니다."

유전자 연구의 실상: 설명력은 고작 1~7%
정신질환의 유전적 기여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에는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과 '쌍둥이 연구'가 있다. GWAS는 수십만~수백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유전자 변이가 정신질환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통계적으로 찾는다.

하지만 슐라임 교수는 "GWAS에서 'A'는 '연관(association)'을 의미할 뿐,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골에 황새가 많고 출생률이 높다고 해서 황새가 아기를 데려온다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GWAS 연구 결과를 보면, 정신질환과 연관된 유전자가 많이 발견되더라도 설명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조현병의 경우 270개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이들이 증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비율(설명분산)은 고작 7.7%에 불과하다. 주요우울장애는 1.5~3.2%, 불안장애는 0.5%에 그쳤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짐 반 오스 교수팀 연구에서는 "유전자 차이는 조현병 증상의 3%만 설명한 반면, 사회적 환경 요인은 30%, 환경 요인은 24%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쌍둥이 연구의 함정: 80%의 진실
쌍둥이 연구는 일란성 쌍둥이(MZ)가 이란성 쌍둥이(DZ)보다 유전자가 더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해 유전성 추정치를 계산한다. 그래서 "조현병의 유전성이 80%"라는 식의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 수치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한 쌍둥이가 조현병이면 다른 쌍둥이도 80% 확률로 조현병"이라는 뜻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실제 덴마크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가 실제로 둘 다 조현병 진단을 받을 확률(일치율)은 33%에 불과하다. 이란성은 7%다."

슐라임 교수는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대부분은 한 명만 진단받는다"며 "이런 수치는 가족력 상담 등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성 수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전성 추정치 자체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슐라임 교수는 농부의 밀밭 비유를 든다. 밭의 왼쪽만 물을 주고 오른쪽은 물을 주지 않으면, 각 부분 내에서의 식물 성장 차이는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왼쪽과 오른쪽의 큰 차이는 환경(물)의 차이 때문이다.

"환경이 균일할수록 유전성은 높게 계산됩니다. 모두가 영양상태가 비슷하면 키의 차이는 주로 유전 때문이라고 보게 되죠. 하지만 환경이 다양해지면 유전성은 낮아집니다."

버지니아대학의 에릭 터크하이머 교수팀 연구에서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겐 환경이, 부유한 가정에선 유전이 IQ 차이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유층 아이들은 이미 지능 발달에 최적의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남은 차이는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왜 유전성 담론은 계속되는가?
슐라임 교수는 "유전성 추정치는 잘못된 가정과 데이터 오류로 유전적 영향을 과대평가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개인에게 적용할 수 없고, 특정 집단과 환경에 한정된 수치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담론이 계속될까? 슐라임 교수는 "정신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강조하면 약물치료가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분석한다. 또한 "유전성이라는 용어는 과학사에서 가장 오해를 부르는 용어 중 하나"라며, "이 개념은 인간의 특성과 정체성 발달에 대한 대중의 이해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고 경고했다.

20세기까지 유전성 개념은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오용되었다. 상류층은 단순히 '더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식의 논리였다. 오늘날에도 "생물학적 본질주의"는 배제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정신건강 위기 시대, 우리의 방향은?
1980년대 이후 생물학적 정신의학에 투자된 수십억 달러의 연구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미하다. 신뢰할 만한 생물학적 검사는 없고, 혁신적 치료법도 나오지 않았으며, 한때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장이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던 '정신질환 백신'은 아직 요원하다.

슐라임 교수는 "정신질환은 약하게나마 생물학적이지만, 예방과 치료는 심리사회적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과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회정치적 과제입니다. 오해를 부르는 유전성 추정치의 확산을 막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입니다."

많은 국가가 전례 없는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고해야 할 때다. 생물학적 결정론에서 벗어나, 빈곤, 트라우마, 스트레스, 이주 등 사회·환경적 요인에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김근영 기자

 

출처 : https://www.madinamerica.com/2025/05/heritability-explains-less-about-mental-disorders-than-you-think/

 

Heritability Explains Less About Mental Disorders Than You Think

The focus on diseased brains and genes threatens to obscure the significance of social and environmental influences.

www.madinamerica.com

출처 : http://www.mindpost.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8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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